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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과 파랑, 삶의 두 얼굴을 한 화면에 담다
윤여름 작가의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나무가 드리운 그늘이 있어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도 선명해지듯, 작가는 밝음과 어둠이 함께 있는 모습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화면을 이루는 노랑과 파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노랑이 희망과 따뜻한 감정을 품고 있다면, 파랑은 내면의 그늘과 슬픔을 떠올리게 하죠. 하지만 두 색은 서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강하게 대비하면서도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머물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윤여름 작가는 여기에 실제 풍경보다 한층 선명한 색의 온도차와 자유로운 붓질을 더합니다. 빛은 화면 위에서 번지고 흔들리며, 풍경은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이 스민 장면으로 바뀝니다.

빛의 순환, 2025–2026, Oil on canvas, 각 162.2 × 130.3 cm / 전체 162.2 × 260.6 cm
블루 아워에서 발견한 빛의 순간
새벽과 저녁, 주변이 푸른빛으로 물드는 블루 아워는 윤여름 작가가 오래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푸른 공기 속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의 불빛은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듭니다. 색의 온도차가 커지는 이 짧은 순간은 작가가 빛과 어둠을 함께 바라보는 방식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시간과 장소만을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바닥 위에 흩어지는 반짝임, 작은 들풀과 이름 모를 꽃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장면도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빛의 장〉과 〈빛을 쬐다〉를 보면 노랑과 파랑, 녹색이 실제 자연의 색보다 한층 강하게 펼쳐집니다. 빠르고 유연하게 이어지는 붓질 사이에서 빛은 고정된 형태라기보다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윤여름 작가는 그렇게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빛을 붙잡아 평범했던 풍경을 새로운 장면으로 바꿔놓습니다.

인물의 마음을 비추는 풍경
윤여름 작가의 작품에는 자연이나 도시 한가운데 사람이 자주 등장합니다. 다만 인물이 화면의 이야기를 홀로 이끌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빛과 색, 나무와 바다, 도시가 인물과 함께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갑니다.
작가에게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자리입니다. 인물에게 자신의 감정을 겹쳐 놓고, 그 감정을 다시 주변 풍경으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화면 속 사람을 바라보다 보면 인물의 표정보다 그를 둘러싼 색과 빛에서 먼저 감정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나의 그림자, 나의 빛〉에서는 짙은 푸른빛을 품은 도시와 하늘 사이로 노란빛이 퍼지고, 그 경계에 한 인물이 놓입니다. 〈빛의 순환〉에서는 봄과 가을, 여름과 겨울의 빛을 두 화면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서로 다른 계절의 색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두 화면을 함께 바라볼 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작품 속 인물 역시 그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평범한 순간에서 건져 올린 빛
윤여름 작가가 그리고 싶은 것은 거대한 사건보다 금세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강물 위에서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빛, 이름 모를 들꽃, 잠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사람처럼 평범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들입니다.
이러한 관심은 윤여름 작가의 회화를 단순히 ‘밝고 희망적인 그림’으로만 볼 수 없게 합니다. 작가는 슬픔을 밀어내고 밝은 면만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면의 그늘까지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곁에 여전히 존재하는 빛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서 파랑은 노랑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 그림자는 빛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평범한 하루의 작은 장면들도 하나둘 모이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풍경이 됩니다.
윤여름 작가가 그리는 것은 어둠이 사라진 세계가 아닙니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는 삶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작고 찬란한 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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