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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현 작가, 엮인 표면 위로 스며드는 빛과 감정

캔버스는 바탕이 아니라, 감각이 머무는 몸

송정현 작가의 작업은 “어떤 캔버스를 만들 것인가”에서 출발합니다. 섬유와 의류 디자인을 공부해 온 경험은, 천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습니다. 천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감각과 시간이 쌓이는 매개가 됩니다.
작가는 천의 결과 유연함, 물성이 가진 표현력에 집중합니다. 이를 회화의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화는 매끈한 표면 위에 이미지를 올립니다. 반면 송정현 작가는 표면부터 다시 짓습니다. 천의 질감을 캔버스 위로 끌어오고, 층을 쌓아 화면을 구성하죠. 그 과정에서 일상에서 얻은 감정들이 화면 위에서 다시 정리됩니다.
그래서 화면은 단지 색을 받는 바탕이 아닙니다. 관람자의 시선과 빛에 반응하는 하나의 몸처럼 남습니다.

Life 19-20-3, 2019, Mixed media on canvas, 60 x 73 cm

‘Canvas Dressing’, 캔버스를 입히는 방식

송정현 작가는 이 방법을 ‘Canvas Dressing’이라 부릅니다. 옷을 만들 때처럼, 캔버스에도 천을 ‘입히는’ 과정이 먼저 옵니다. 이때 중요한 건 결합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천의 층위와 표면의 결이 화면의 중심이 됩니다.
면천을 감싸고 덧입히며 생기는 결은, 붓질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작가는 그 차이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평면을 억지로 벗어나려는 제스처가 아닙니다. 섬유가 가진 성질을 회화 안으로 들이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Life 24-80-1, 2024, Mixed media on canvas,146 x 112 cm

Life 시리즈, 엮고 묶고 다시 칠하는 시간

Life 시리즈에서 작가는 지지체부터 새로 만듭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 면천을 먼저 채색합니다. 그리고 weaving(엮기)과 tying(묶기) 방식으로 다시 교직합니다. 그 위에 페인팅을 반복해 쌓아 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화면에 미세한 높낮이가 생깁니다. 작은 틈도 함께 남습니다. 평면이지만 촉각적인 texture가 살아나는 이유입니다.
빛의 방향이 바뀌면 화면도 달라 보입니다. 관람 각도에 따라 색과 음영이 변합니다. 이는 직조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드는 변화입니다. 섬유의 유연성은 선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에도 쓰입니다. 화면에는 리듬과 생동감이 생깁니다.

Life 25-6-2, 2025, Mixed media on canvas, 32 x 32 cm

씨실과 날실처럼, 관계와 감정이 교차하는 화면

송정현 작가는 직조의 구조를 삶의 감각과 연결합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우리의 삶도 감정과 사건이 겹치며 이어집니다. 직조 과정에서 생기는 매듭은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내면과 외부 세계가 맞닿는 방식과도 닮아 있죠.
색은 일상의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제주 바다의 물빛, 산책길의 붉은 노을, 별이 수놓인 짙은 새벽 하늘. 비가 그친 뒤 잠시 걸린 무지개도 있습니다. 작가는 이 기억들을 색으로 다시 구성합니다. 그리고 직조와 페인팅을 반복하며 표면에 축적합니다.
그래서 작품은 하나의 해석으로 닫히지 않습니다. 관람자의 기억과 감정이 겹쳐지며, 다른 이야기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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