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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BY, 유리 속에 남겨둔 ‘나를 지켜준 것들’

지나온 날들이 문득 현재를 붙잡을 때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버티기 힘든 시절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의 일들이 전부 또렷하게 남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는 감각이 있죠. 어떤 장면의 온도, 어떤 물건을 만졌을 때의 촉감 같은 것들요. GLABY는 바로 그 감각에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기억을 설명하려 들기보다, 기억이 남긴 온기를 형태로 옮겨 놓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마주하면 ‘무슨 이야기일까’보다 먼저, 마음 한쪽이 살짝 따뜻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Melancholy Bear 227, 2026, Filament,glass and acrylic, 20 x 23 x 7 cm

곰인형과 탱탱볼이 단순한 소품이 아닌 이유

GLABY의 작업에 등장하는 곰인형과 탱탱볼은 귀여운 장치로 머물지 않습니다. 어떤 시절에는 작은 물건 하나가 마음을 붙들어 주기도 하니까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지만, 동시에 그 시절을 지나오게 한 ‘버팀목’에 더 가깝습니다. GLABY는 그 존재들을 작품 속에 다시 불러오며, 누구나 한 번쯤 가졌던 ‘내 편이 되어준 무언가’의 기억을 건드립니다. 그래서 이 형상들은 개인의 사연을 넘어, 우리가 각자 품고 살아온 다정함의 방식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loat Bear, 2025, PLA, acryl and glass, 20 x 20 x 6.9 cm

유리는 기억을 닮은 재료다

유리는 맑아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빛 앞에서 달라지는 표정입니다. 반사하고 굴절하고, 안쪽에 겹쳐진 층을 드러내면서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않죠. 기억도 그렇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온도로 남습니다. GLABY는 유리의 이런 성질을 빌려 기억을 ‘고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는 사람의 시선과 거리, 움직임에 따라 기억이 달리 읽히게 만듭니다. 작품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기억을 꺼내 놓게 됩니다. 유리 속 형상을 보는 동시에, 내 안에 남아 있던 장면도 함께 비춰지는 느낌이 드니까요.

gukbokgom, 2024, Acril on canvas, 20 x 20 cm

따뜻했던 기억은 지금도 나를 움직인다

GLABY가 붙잡는 기억은 과거에 머무는 추억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일상을 지탱해주는 온기입니다. 그때의 포근함은 오늘의 마음을 다시 세워 주는 순간이 있고, 그 감정이 삶의 방향을 정리해 주기도 하죠. GLABY의 작업은 그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줍니다.
작가의 말처럼, 기억 속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삶을 비추는 빛이 됩니다. 결국 GLABY가 만드는 것은 ‘귀여운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이 쌓여도 남는 온기의 형태입니다. 그리고 그 형태는 관람자에게 묻는 듯합니다. 당신을 지금까지 지켜준 따뜻한 기억은 무엇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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