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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진 작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감각을 회화로 다시 엮다

오예진 작가, ‘끝까지 남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작업

오예진 작가의 작업은 오래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죽음 이후에도 무엇이 남는가’, ‘영혼은 존재하는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왜 여기 있는가.’ 과학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향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예술로 이어졌고, 그 질문을 붙잡고 탐색해 온 시간이 작업의 힘이 됩니다.

그래서 오예진 작가의 회화는 눈앞의 장면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우리가 쉽게 말로 붙잡지 못하는 감각을 화면 위에 불러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기운, 관계, 흔적들. 작품 앞에 서면 설명보다 먼저 감각이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삶의 순환, 2025, Acrylic on canvas, 145.5 x 336.3 cm

오예진 작가의 세계관: 상징이 ‘경계’를 여는 순간

오예진 작가가 불러오는 이미지들은 신화, 샤먼, 우주처럼 초월적 감각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들입니다. 하지만 이 상징은 전통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장식이 아닙니다. 현실과 비현실, 물질과 비물질이 맞닿는 지점을 열어두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일상을 너무 익숙하게 지나치며 세계를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곤 합니다. 오예진 작가는 그 익숙함의 틈을 건드립니다. 도시와 자연이 함께 존재하는 장소에서 현장성을 기반으로 움직이거나, 지리적 조건과 주변 사물, 조형물과 에너지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방식 역시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인간과 공간 사이에 분명 존재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힘을, 감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작가의 세계관은 하나의 이야기로 깔끔히 정리되기보다, 장면들이 이어지고 변주되며 확장됩니다. 한 번에 이해되기보다는, 몇 번이고 다시 떠올라 천천히 남는 방식으로요.

I’m your trauma, 2025, Oil on canvas, 145.5 x 97.0 cm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더 또렷해지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

지금 우리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인공지능처럼 정밀한 언어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분석되고 분류되지만, 어떤 경험은 끝내 기록되지 않고 어떤 감정은 이름 붙지 않은 채 남습니다. 오예진 작가는 바로 그 “남는 부분”을 바라봅니다. 기술이 세계를 더 또렷하게 설명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감각의 빈틈 말이에요.

오예진 작가의 회화는 무언가를 증명하기보다, 우리가 놓치고 지나친 감각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기술이 포착하지 못하는 감각적·영적 층위를 회화의 언어로 풀어내며, 점점 흐려지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다시 현재형으로 꺼내 놓습니다. 작품을 보고 난 뒤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같은 질문이 조용히 남는 이유입니다.

순간이동, 2025, Acrylic on canvas, 60.6 x 72.7 cm

불확실한 시대에, 질문이 머무는 자리

오예진 작가의 작업은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이 머물 자리를 남깁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다는 말은 결국 지금의 삶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려는 태도와도 닿아 있습니다. 빠르게 단정하고 쉽게 결론 내려야 하는 시대일수록, 그 태도는 더 중요해지니까요.

작가의 화면 앞에서는 속도가 잠시 느려집니다. 현실은 여전히 현실이지만, 그 바깥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 그 경계의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자는 자기 안의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예진 작가의 회화가 끝내 데려가는 곳은,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라기보다 우리가 자주 지나쳐 온 ‘보이지 않는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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