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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주 작가, 자기만의 숲을 향해 다시 걸어가는 마음

마음은 왜 현실과 바람 사이에 머무를까

누구나 마음속에는 바라는 삶의 모습이 있지만, 현실은 종종 그 방향과 다른 자리로 사람을 이끕니다. 좋아했던 것을 뒤로한 채 다른 역할로 살아가게 되기도 하고, 오래 품어온 꿈보다 지금의 삶을 먼저 감당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오죠. 이 작업은 바로 그런 어긋남에서 출발합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생겨난 틈,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감정이 화면의 시작점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루었는지의 결과보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마음에 어떤 흔적이 남았는가에 있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은 선뜻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멈춰 서지도 못한 채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그 모습은 방황의 순간을 보여주면서도, 끝내 자기만의 방향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함께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내면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힙니다.

Layers of the Self, 2025, Oil on canvas, 53 x 72.7 cm

제자리를 잃은 존재의 초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슴뿔을 지닌 인물입니다. 낯설고 비현실적인 형상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감정을 불러냅니다. 분명 지금 여기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마음만 먼저 멀리 가 있는 감각이 이 인물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 존재는 단순한 환상적 장치라기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상징에 더 가깝습니다. 현실 속에서 맡은 역할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곧 자기 자신과 완전히 겹쳐지지는 않는 순간들이 있죠. 그 어긋남은 말로 설명되기보다 인물의 태도와 화면에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드러납니다. 낯선 형상임에도 오래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결국 그 모습이 제자리를 잃은 채 흔들리는 마음의 초상처럼 읽히기 때문일 것입니다.

Snowstorm Day, 2026, Oil on canvas, 31.8 x 40.9 cm

사슴이 나타난 뒤, 여정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세계에서 사슴은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멈춰 있던 시간에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잊고 있던 방향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낯선 방문객처럼 등장한 사슴은 인물 앞에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존재만으로도 장면의 공기를 조금씩 바꿔놓습니다. 여기서 숲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자기답게 머물 수 있는 자리이자 오래 그리워해온 삶의 방향으로 읽힙니다.

눈에 띄는 것은 변화의 방식입니다. 삶을 한순간에 뒤집는 극적인 사건이라기보다, 다시 걸어갈 수 있게 만드는 조용하고도 분명한 신호에 더 가깝습니다. 외로움과 고단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인물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힘을 되찾습니다. 그래서 이 여정은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끝까지 포기되지 않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남습니다.

Sitting Alone, 2023, Acrylic on canvas, 72.7 x 60.6 cm

공간과 색채가 마음을 말하는 방식

화면 속 공간은 배경에 머물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 낯설게 이어지는 구조, 어딘가로 향할 것 같은 길과 문은 인물이 놓인 마음의 상태를 함께 드러냅니다. 실제 장소를 그대로 옮겨놓기보다 여러 장면의 인상을 겹쳐, 인물의 내면과 맞닿는 장면으로 다시 짜여 있는 듯합니다. 덕분에 화면은 하나의 장면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물이 지나고 있는 마음의 시간을 함께 드러냅니다.

색채 또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화면 전체의 온도와 밀도로 외로움, 불안, 기다림, 희망 같은 감각을 서서히 쌓아 올립니다. 그래서 작품 앞에 서면 한 사람의 마음이 지나온 시간을 따라가게 됩니다. 결국 이 작업이 남기는 것은 단순한 위로보다 조금 더 깊은 믿음에 가깝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못했더라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헛된 것은 아니며, 각자의 숲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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