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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왜 미래를 닮아 있을까
정준호 작가의 화면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이 머뭅니다. 미래는 늘 앞으로 놓여 있지만, 그 윤곽은 쉽게 선명해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만나게 될지, 어떤 감정을 지나게 될지, 지금의 선택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막막한 감각은 그의 작업 안에서 숲의 풍경으로 바뀝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어느 쪽이 맞는 길인지 단번에 가늠할 수 없는 숲. 이 이미지는 단순한 자연의 장면이라기보다 불확실한 시간 앞에 선 내면의 상태에 가깝습니다. 두려움과 망설임, 그리고 그 안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한 장면 안에 함께 놓입니다. 그래서 정준호 작가의 작업은 미래를 설명하는 그림이 아니라, 미래를 마주하는 감정을 천천히 드러내는 회화로 읽힙니다.

길을 잃은 순간에도 걸음은 이어진다
이 작업이 붙잡는 것은 또렷한 결론이나 도착의 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방향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시간, 잠시 멈춰 서게 되는 순간, 그럼에도 다시 발을 옮기게 되는 마음의 흐름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중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통과의 감각입니다.
불안을 다루지만, 그것을 과장하거나 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길을 잃었다는 감각은 흔히 실패나 정지로 읽히지만, 여기서는 꼭 그렇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상태 자체가 지금을 이루는 하나의 장면으로 남고,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내딛는 걸음이 화면 안에 스며듭니다. 그래서 정준호 작가의 회화는 결과를 보여주기보다, 불확실한 시간을 견디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보이지 않는 앞쪽을 더듬는 마음
숲속에서는 어떤 길이 나올지,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어느 장소에 닿게 될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의 작업은 바로 그 예측할 수 없음에 주목합니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간, 그래서 더 두렵고 또 더 오래 상상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이런 점에서 화면 속 숲은 하나의 비유를 넘어 감각의 구조에 가깝습니다. 아직 분명해지지 않은 마음, 쉽게 확신할 수 없는 방향, 그러나 끝내 멈추지는 않는 감정의 움직임이 그 안에 겹쳐집니다. 그 때문에 이 작업은 특정한 개인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나게 되는 막막한 시간, 그 안에서 조용히 버티고 다시 걸어가는 마음과 자연스럽게 맞닿습니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계속 걷는 기록
정준호 작가의 작업은 큰 몸짓으로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대신 낮고 단단한 호흡으로, 보이지 않는 앞쪽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한 사람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숲은 여전히 깊고 앞은 여전히 선명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화면은 바로 그 미세한 지속을 오래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미래를 상상하는 그림이면서 동시에 현재를 견디는 기록으로도 읽힙니다. 우리는 늘 분명한 방향을 알고 살아가기보다, 알 수 없는 시간을 통과하며 다음 장면으로 나아갑니다. 정준호 작가는 그 불완전한 움직임을 서두르지 않고 붙잡아 둡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미래를 두려워해본 적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조용히 포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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