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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 작가, 페르소나를 감정의 갑옷으로 풀어내다

우리는 왜 갑옷을 입고 사람을 만날까

박근형 작가의 작업은 사람 사이에서 우리가 무심히 걸치고 살아가는 페르소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한 가면으로만 다루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처를 숨기고, 나를 지키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맞춰 입게 되는 감정의 갑옷에 가깝게 본다. 그래서 그의 작업 앞에 서면 먼저 단단한 형상이 눈에 들어오지만, 조금 더 오래 바라볼수록 그 안에 스며 있는 불안과 망설임, 애정과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함께 읽힌다.

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고, 미움받고 싶지 않고, 관계를 가능한 한 매끄럽게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낯선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사람은 점점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듬게 된다. 상대가 좋아할 만한 태도를 고르고, 불편한 감정은 숨기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단단한 표면을 만들어둔다. 박근형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관계를 위해 만든 외면은 과연 나를 지켜주는지, 아니면 점점 진짜 마음을 멀어지게 만드는지를 묻는 것이다.

Armor of a Cactus Flower, 2019, oil on canvas, 116.8 × 91 cm

숨기기 위한 표면은 어떻게 마음의 언어가 되는가

박근형 작가가 만드는 갑옷은 강함을 과시하는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관계를 통과하며 쌓아온 감정의 껍질이자, 내면을 감추면서도 동시에 드러내는 표면에 가깝다. 숨기기 위해 입은 것인데도 결국 가장 나다운 모습을 말하게 되는 것. 그의 작업은 그 역설을 조형의 언어로 풀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박근형 작가가 갑옷을 단순히 벗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오히려 그 갑옷 안에 진짜 감정을 담아낸다. 나를 숨기기 위한 외피가 아니라, 나는 이런 감정을 지나왔고 이런 사람이라고 먼저 내보이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때 갑옷은 더 이상 차단의 도구로만 머물지 않는다.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표면이지만, 동시에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그의 작업은 내면을 감추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어떻게 더 진실한 소통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Armor of a Pumpkin Flower, 2020, oil on canvas, 116.8 × 91 cm

사랑의 감정은 또 다른 갑옷이 된다

박근형 작가는 사랑의 감정 역시 갑옷의 형태로 바라본다. 특히 20대의 사랑을 지나며 남게 되는 좌절, 이해, 열정 같은 감정들은 꽃의 이미지와 맞물리며 서로 다른 결을 만든다. 어떤 감정은 이미 스러진 자리의 허무로 남고, 어떤 감정은 상대와 자신을 함께 받아들이려는 마음으로 이어지며, 또 어떤 감정은 다시 시작되는 사랑의 뜨거움으로 피어난다.

여기서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감정의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정에 가깝다. 피고 지는 시간, 상처를 통과한 뒤에 남는 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음의 온도까지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형 작가의 작업은 사랑을 아름답게 꾸미기보다, 감정이 한 사람 안에 어떻게 남고 변해가는지를 더 천천히 보여준다. 지나간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결국 지금의 나를 이루는 표면이 된다는 사실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Armor of a Dead Sunflower, 2017, oil on canvas, 116.8 × 91 cm

박근형 작가의 작업은 결국 우리에게 무엇을 묻는가

박근형 작가의 작업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갑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 갑옷은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오래 입고 있던 감정의 표면은 과연 어떤 모양인지. 그의 작업은 분명한 답을 내놓기보다, 우리가 각자의 관계와 감정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박근형 작가의 갑옷은 낯선 상징처럼 보이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입어본 적 있는 마음의 형상처럼 다가온다. 내면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단단한 외피가 때로는 가장 솔직한 자기소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박근형 작가는 그 모순과 진실을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의 작업 앞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입고 있는 감정의 갑옷은 어떤 모습인지, 천천히 떠올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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