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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 작가, 커튼 너머로 나를 지키는 공간을 그리다

가장 사적인 곳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마음

장유미 작가의 작업은 ‘나만의 공간’에서 출발합니다. 그의 그림에서 공간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바깥의 시선으로부터 잠시 물러나 자신을 가다듬는 자리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 안에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감각이 있고, 쉽게 설명되지 않는 내면의 결이 있죠. 장유미 작가는 바로 그 사적인 감각이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을 화면에 옮깁니다.

그래서 그의 공간은 실내 풍경인 동시에 마음의 구조처럼 보입니다. 안식과 긴장, 휴식과 경계가 한 장면 안에 함께 놓이면서, 그림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한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을 보여주게 됩니다. 장유미 작가의 회화가 조용하면서도 오래 남는 이유는, 그 공간이 실제의 방을 닮았으면서도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Curtain-Nothing, 2021, Gold powder on silk, 53 x 34 cm

커튼은 왜 중요한 장면이 되었을까?

장유미 작가의 화면에서 커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안과 밖을 가르는 얇은 경계이자, 동시에 두 세계를 완전히 끊어놓지 않는 매개에 가깝습니다. 바깥을 보고 싶지만 그대로 마주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세상과 연결되고 싶지만 상처받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커튼이라는 형상 안에 함께 머뭅니다.

이때 커튼은 사물을 그린 결과가 아니라 감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됩니다. 가느다랗게 얽힌 선, 흐릿하게 번지는 시선, 빛과 어둠이 겹치는 화면은 선명하게 말할 수 없는 불안과 기대를 함께 드러냅니다. 장유미 작가는 이 모호한 상태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붙들어 둡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 앞에서는 무엇이 보이느냐보다,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Curtain-Wave, 2021, Gold powder on silk, 53 x 34 cm

기록은 작은 방에서 시작된다

장유미 작가의 작업은 거대한 사건보다 하루의 감각에 더 가까이 있습니다.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장면, 마음에 오래 남는 공기, 설명되지 않은 채 쌓여가는 감정이 그림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에게 작업은 어떤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일이기보다,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내일의 나를 위해 남겨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화면 속 공간은 닫힌 은신처라기보다 기억과 감정이 차분히 쌓이는 장소가 됩니다. 작은 평면들이 모여 하나의 방을 이루고, 그 방이 다시 한 사람의 시간과 마음을 품는 구조는 장유미 작가 작업의 중요한 결입니다. 그의 그림은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붙잡아 두면서도, 그 안에 어제의 흔적과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기대까지 함께 머물게 합니다.

Curtain-5AM, 2021, Oil pastel on silk, 53 x 34 cm

불안 끝에 남는 것은 희망이다

장유미 작가의 회화가 끝내 바깥을 향하는 이유는, 그가 공간을 단지 숨는 곳으로만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커튼 안쪽의 세계는 분명 안전하고 조용하지만, 시선은 결국 그 너머를 향합니다. 그 바깥에는 적막이 있을 수도 있고 소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가도, 전혀 다른 즐거움이나 작은 빛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장유미 작가는 바로 그 불확실한 자리에 희망을 남겨 둡니다. 거창한 확신이나 단정적인 메시지 대신, 오늘보다 조금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 흔들리더라도 다시 시선을 들어 보려는 태도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사적인 공간을 다루면서도 결국 많은 사람의 감정과 만납니다. 장유미 작가의 그림은 묻습니다. 지금 나를 지키는 공간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나는 그 너머에서 어떤 장면을 기다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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