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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희 작가: 익숙한 귀여움, 그 이면의 언어

반려동물을 보며 우리는 습관처럼 “귀엽다”, “예쁘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말투와 기대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까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서경희 작가는 이 지점을 포착합니다. 훈련된 표정을 차분하게 드러내면서도 어떠한 설명도 더하지 않습니다. 우린 자연스레 미소를 짓고, 잠시 후에야 내가 어떤 시선으로 이런 장면을 바라봐왔는지 곱씹게 됩니다. ‘왜 나는 이런 표정을 기대했고, 이런 행동에 늘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까?’ 작가의 작품은 우리를 꾸짖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익숙하게 굳어버린 시선과 습관을 차분히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죠.

기호로 그린 친구 3, 2025,
Acrylic , oil pastel, collage, and acrylic pump marker on canvas, 53 x 45.5 cm

반려를 부르는 말, 어디서 시작됐을까

같은 말들은 이제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규칙처럼 굳어졌습니다. 작품은 이 말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규범이 되어버렸는지, 그 과정을 표정과 몸짓으로 조용히 보여줍니다. 밝은 색과 캐릭터로 표현된 형상은 경계를 허물고 관람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그 안에서, 인간 중심의 시선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차분하게 보여주지요. 서경희 작가가 집중하는 건 비난이 아닙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이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관람자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죠.

텍스트와 색의 호흡

이 작업은 설명으로 관람자를 몰아가지 않습니다. 콜라주, 스프레이, 아크릴 마커가 빚어내는 질감과 빠른 움직임이 먼저 몸으로 와닿습니다. 그 위에 얹힌 단어들은 해설이 아니라 리듬이 되어, 눈과 마음의 호흡을 이끕니다. 관람자는 그 리듬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내죠. 서경희 작가에게 화면은 ‘정답을 적는 곳’이 아니라, ‘대화가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가볍게 웃음 짓던 얼굴도 이내 질문으로 바뀌고,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조용한 변신, 2025, Acrylic, oil pastel, collage, acrylic pump marker and spray paint on canvas, 162 x 130 cm

익숙함을 비켜 보는 시선

팝아트 이후 널리 쓰인 시각 언어—대중적 표현, 상징화된 선, 잘린 문장—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 시각 어휘를 반려문화를 담은 장면으로 옮겨와, 익숙함 속에 비스듬한 시선을 만듭니다. 친근한 형상과 반복되는 단어가 관람자를 편안하게 끌어당기는 한편, 그 익숙함이 만들어낸 규범을 비켜보게 만듭니다. 이때 유머와 풍자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볍게 웃고 넘기려는 순간, 화면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식으로 바라보도록 배워왔을까? 이 질문은 곧 타자를 돌보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그저 동물을 사랑하는 감정보다,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감각이 어떻게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죠.

노래하는 기호의 정글, 2025,
Acrylic , oil pastel, collage, acrylic pump marker and spray paint on canvas, 20 x 20 cm

머무는 시선, 이어지는 자리

반복되는 글자와 이미지가 시선의 흐름을 잡아주고, 겹쳐진 색면은 감정을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듭니다. 스프레이의 입자와 마커의 선, 콜라주의 높낮이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화면의 균형을 맞춥니다. 한 장의 그림에 단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도 서경희 작가의 특징입니다. 관람자가 여러 번 서서,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다시 읽어낼 수 있는 길을 여럿 마련해두었습니다. 작품 앞에서 시간이 쌓일수록 ‘귀여움’이라는 말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관계의 윤리로 확장됩니다. 결국 반려동물을 아낀다는 말이 더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태도로 바뀌는 지점, 바로 그 변화가 서경희 작가의 작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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