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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미 작가, 다정히 건네는 휴식

잠깐 쉬어도 되는 하루

배우미 작가는 어른 속에 남아 있는 어린 마음을 작품으로 불러냅니다. 작품의 화면 중심에는 세계관을 이끄는 글로리아가 자리하고, 관람자는 이 캐릭터를 따라가며 ‘오늘의 피로’와 ‘어제의 순수’가 맞닿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팝 컬러의 색면, 또렷하게 나뉜 구획,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빛나는 세밀한 디테일은 한 장의 그림을 작은 놀이터로 바꿔 놓죠. 처음엔 인상적인 색감이 눈을 사로잡지만, 곧 미묘하게 이어지는 리듬이 남아 시선을 천천히 움직이게 만듭니다. 이 리듬 속에서 관람자는 한 박자 쉬듯 숨을 고르게 되고, 자연스레 화면의 여백에서 자기 감정을 돌아볼 틈을 얻습니다. 배우미 작가의 작품이 단순히 귀여움에 머물지 않는 건 바로 이 여백이 경험에 ‘다정한 속도감’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입니다.

Happy days, 2025, Mixed media, 90.9 × 72.7 cm

가까이 볼수록 드러나는 것

배우미 작가의 작품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동서양 문양이나 문자, 카드 무늬를 닮은 작은 기호들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얼핏 보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각자 이야기를 품은 숨은 문장과도 같습니다. 글로리아는 그 사이를 산책하듯 다니며 제 자리를 찾고, 관람자는 읽는 이이자 동시에 찾아가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이어진 배열은 작은 표식처럼 우리의 시선을 이끌고, 익숙한 듯 낯선 기호들이 나란히 섞이면서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이 열립니다. 그 순간 관람자의 기억도 조용히 떠오르죠.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미 작가의 작업이 더욱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이러한 시각적 탐색이 결국 이야기를 읽는 호기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Morning birdsong, 2025, Mixed media, 72.7 × 90.9 cm

아날로그의 온기, 디지털의 리듬

배우미 작가는 아날로그적 질감과 디지털의 간결함을 한 화면에서 교차시킵니다. 반듯한 구조와 손으로 완성한 결이 공존하는 자리에서, 글로리아는 모두가 한때는 아이였다는 감각을 조용히 불러일으킵니다. 과하게 번쩍이거나 자극적인 효과 대신, 오래 쥐고 놀던 장난감 같은 포근함이 먼저 다가옵니다. 색과 면은 선명하지만 표정에서는 과한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들고, 질서 있게 짜인 배열 또한 시선을 흐트리지 않으면서 배경과 전경을 부드럽게 오갑니다. 배우미 작가의 작품에서 ‘밝음’은 자극이 아니라 온기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렇기에 화면을 보는 순간 미소를 띄게 되고, 마음 한 켠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I want to fly!, 2025, Acrylic on canvas, 72.7 × 72.7 cm

조금 느려도 괜찮다

‘키덜트’라는 말은 과거로 도망치는 모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살펴주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배우미 작가는 이러한 마음을 색, 면, 배열의 질서로 풀어냅니다. 글로리아가 잠깐 눈을 감는다든지, 화면을 뛰어넘는 듯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할 때마다 “조금 쉬어가도 괜찮다”는 다정함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배우미 작가의 그림은 단순한 귀여운 캐릭터 그림이 아닙니다. 오늘의 속도를 잠시 조절해 보는 연습, 일상에서 소박하지만 회복이 되는 셈이죠. 빠른 피드와 짧은 매체가 일상이 된 지금, 배우미 작가가 건네는 답은 더 크게, 더 빠른 것이 아니라 더 다정하고, 더 깊게입니다. 한 장의 여유, 한 겹의 질서, 한 번의 미소가 관람자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방식, 그것이 아마 배우미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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