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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환 작가, 금속으로 쌓아 올린 삶의 구조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작은 건축물

김봉환 작가는 금속을 다뤄 작은 건축물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강조되는 건 건축 그 자체보다는,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집이나 방, 몸을 기대는 가구, 손길이 자주 닿는 생활 오브제를 통해 그는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조용히 드러냅니다.

그래서 김봉환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실용성보다도 “이 구조 안엔 어떤 시간이 쌓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게 되죠. 정교하게 맞춰진 금속 부품들은 하나의 형태를 이루면서도, 배우고 익히고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작은 소품 같지만, 사실은 우리 일상을 든든히 받치는 구조물에 더 가깝습니다.

창살 스탠드, 2025, Stainless steel, PETG plastic, and electrical materials, 13.4 × 10.8 × 36.3 cm

건축의 구조가 생활이 되는 순간

김봉환 작가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건축이라는 언어를 택했습니다. 건축은 단순히 비를 막아주는 쉼터를 넘어서, 사회성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이 모두 담기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기둥, 보, 계단, 격자 같은 건축 요소들은 그의 손에서 축소되고 변형되어, 선반이나 조명, 테이블 위에 오르는 생활 오브제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는 외형을 단순히 따라 그리기보다는 구조의 리듬과 비례, 지지와 균형 같은 감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현대 재료를 활용해 과거의 구조미를 오늘의 물성으로 바꾸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일상이 가진 여러 결을 함께 보여줍니다. 김봉환 작가의 리빙 오브제는 이렇게 건축의 언어를 생활의 언어로 바꿔주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구조적 조명 6, 2024, Stainless steel, brass, PETG plastic, PLA plastic, and electrical materials, 36.7 x 18.8 x 12.6 cm

서로를 버티게 하는 결구의 감각

김봉환 작가의 작업 중심에는 ‘결구’와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합니다. 크기와 역할이 제각각인 금속 부품들은 혼자 있을 땐 단순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정확한 각도와 위치에서 서로 맞물릴 때 전혀 새로운 구조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런 결구 과정은 단순 조립이 아니라, 힘의 방향과 긴장을 조율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런 구조적 요소들을 인간 사회에도 겹쳐서 봅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듯, 서로 다른 부품들이 하나의 조형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금속 리빙 오브제는 연결 부위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냅니다. 나사, 조인트, 겹쳐진 금속의 이음새는 작가가 생각하는 ‘관계의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흔적이 됩니다.

Table, 2025, Material aluminium, stainless steel and Polycarbonate, 70 × 35 × 76.05 cm
Stool, 2025, Material aluminium, stainless steel and Polycarbonate, 44.78 × 35 × 45 cm

구조를 따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

김봉환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익숙한 가구나 오브제의 형태이지만, 그 내부 구조와 결구 방식, 비워두는 공간의 비율까지 찬찬히 들여다보다 보면 내가 지금 어떤 구조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지가 떠오릅니다. 그의 리빙 오브제를 공간에 들인다는 건 단순히 ‘예쁜 물건 하나’를 들이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 구조, 관계에 관한 질문도 함께 들여놓는 것에 가깝습니다. 결국 금속을 다루는 손의 경험과 구조에 대한 깊은 생각이 더해진 이 작은 건축물들은, 공예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유와 성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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