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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호 작가 인터뷰: 고된 여정 속에서도 빛나는 예술
예술은 때때로 말보다 더 정확하게 마음을 전해줘요.
특히 불확실한 시대엔 감정의 본질을 포착하고 삶의 질문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죠.
오늘 아트스푼은 2025 아트스푼 글로벌 신진작가 공모전의 Grand Prize(그랑프리) 수상자, 장승호 작가님을 소개해드릴게요.
작가님은 그림 그리는 순간이 삶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말해요. 지금까지 1,8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려오셨고요.
작품마다 번호를 매기며 기록해온 작업들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과 사유, 그리고 ‘묵묵한 버팀’이 담겨 있어요.
군대에서의 고립된 시간, 낙서에서 시작된 그림.
작가님에게 그림은 단순한 재능이나 취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살아지는 삶’에서 유일하게 선택한 방식이었어요.
유행을 따르기보다 세상에 ‘그리는 나’로 존재하기 위한 태도, 그 진지함이 회화 곳곳에 묻어나죠.
강렬한 붓질과 에너지 속에서도, 조용하고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업들이에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 그림을 시작하게 된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
🔹 작업실과 작품에 담긴 시간과 기억
🔹 디지털 회화로 확장되고 있는 작업의 변화
🔹 예술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인간 장승호
정해진 길 대신 자신만의 리듬으로 그려온 삶의 궤적, 이제 장승호 작가님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볼까요?

Q1. 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장승호 작가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집중하고 계신 작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며 살고 있는 장승호입니다. 제게 가장 몰입되는 순간은 바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예요. 그 느낌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우주 속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저는 작품마다 번호를 붙이는데, 벌써 1800번 가까이 다다랐어요. 때때로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죽기 전까지도 작업을 하고 있겠다는 확신이죠. 제게 그림은 어떤 선택지가 아니라, 결국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Q2. 장승호 작가: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
🥄: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함께,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저는 늘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아요. 한국 사회의 통념 안에서 자꾸만 어긋났고, 조직 문화나 권위적인 분위기에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죠. 군대에서도 관심병사였어요.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고 낙오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그 시간에 종이에 낙서를 하며 스스로를 달래곤 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그림 그리는 게 재밌다’는 감각을 알게 되었어요.
제대 후에는 동네 화실에 등록했어요. 원장님이 “여기서 먹고 자도 된다”며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덕분에 매일같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고, 그 시기의 제가 하루종일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때는 그저 ‘그리는 것이 즐겁다’는 감정으로 가득했어요. 새로운 세계를 향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채워졌고, 그게 저를 미술의 길로 끌어당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단순히 즐겁기보다는, 작업이 고통과 인내, 불안의 연속이라는 걸 더 크게 느껴요. 매일이 불안하고, 때로는 자괴감에 휘청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 감정들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가 이걸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랑은 결국 모든 감정을 껴안는 일이더라고요. 그림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삶에 대한 그런 태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심연 같은 것이에요.
Q3. 작업실과 일상
🥄: 요즘 머무르고 계신 작업실에 대해 궁금해요. 작업실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가장 오래 머무는 이 공간에서의 루틴이나 분위기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들려주세요.
🧑🎨: 최근에 작업실을 서울로 옮겼어요. 원래는 조금 외곽에 있었는데,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됐죠. 이사를 하면서 정말 강렬한 경험을 했어요. 그동안 쌓아온 작업들이 5톤 트럭 한가득 차더라고요. 이삿날엔 ‘작품에 치어 죽겠구나’ 싶을 만큼 벅찼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아, 나는 예술을 ‘비즈니스’처럼 해나가는 타입은 못 되겠구나. 팔릴지 안 팔릴지도 모를 물건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고, 몇 년 동안 비용을 들여 보관하고, 또 고생하며 이사를 하면서…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예술이라는 건 정말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거구나,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이구나, 평소에 해왔던 그 생각이 더 깊어졌죠. 작품이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제 삶의 역사 같은 거예요. 예전 작업들을 다시 꺼내 보면,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하게 되거든요. 그걸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실마리를 얻기도 해요.
작업 공간이 줄어들면서도 쉽게 작품을 버릴 수 없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요즘은 그동안 쌓아뒀던 옛날 작품들을 꺼내서 먼지도 털고, 수정할 곳이 있으면 다시 손보고, 사진도 다시 찍고 있어요. 그렇게 정리한 작업들을 인스타그램이나 아트스푼에 차곡차곡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저에게는 일종의 루틴이자 사유의 시간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작업실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어요.
Q4. 색채와 붓질에 담긴 에너지
🥄: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색채, 에너지 넘치는 붓질이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감각적인 요소들이 작가님의 내면이나 세계관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는 살면서 한 번도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제대로 던져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남들이 하니까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왔습니다. 학교에 가고, 학원에 다니고, 교회에 가고, 돈을 벌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졌던’ 삶이었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였죠. 학교 과제, 전시, 판매를 위한 그림을 그리며 그 흐름에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양처럼 길들여졌다고 느꼈습니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 다니던 시절, 학교 꼭대기에 있는 김보현(Po Kim) 작가님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업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무엇’이 아니라 ‘태도’야. 너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하고 있는 너가 누구인지가 중요해.” 그의 그림은 형상보다 먼저 색채와 붓질,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거기서 저는 자유를 보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림에서 ‘무엇’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리는지가 아니라, ‘그리는 나’로서의 존재를 받아들였죠. 회화는 저에게 얽매이지 않고, 억압당하지 않는 자유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감각으로 실존하는 무한한 공간, 바로 그 안에서 저는 나 자신과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어요.

김보현 & 실비아 올드 미술관 2023년 가을에 전시전경
Q5. 장승호 작가: 작업의 소재와 주제 그리고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 작업의 소재나 주제는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또, 작업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질문을 받으면 그냥 동물이라고 얼버부릴 때가 많은데,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과 같은 형상은 ‘양’입니다. 그리고 종종 십자가가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십자가는 예수님의 무한한 희생과 인간에 대한 사랑, 그 소중한 가치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화려하게 빛나는 십자가가 돈으로 뒤덮인 대한민국 하늘을 뒤덮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가치가 돈과 물질로 뒤덮힌 시대’라고 느낍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 오병이어의 기적, 인간에 대한 존엄과 나눔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고 있죠. 성경 공부를 통해 배운 예술이 말하는 소중한 가치들이 오래전부터 희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예술은 무엇인가,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는 사회입니다. 잘 팔리는 작품, 돈이 되는 작품, 돈이 되는 직업과 학과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제가 그림에서 확인한 가치는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성경의 가르침이었어요. 우리는 빵만 쫓고 있죠, 극단적으로요. 덕분에 대한민국은 빠르게 소멸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그 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Q6. 작업에서의 어려움
🥄: 작업을 하실 때 가장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반대로 작업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도 궁금합니다.
🧑🎨: 최근에는 디지털 드로잉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고 작업을 보관할 공간이 협소해지면서, 물감과 캔버스 대신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는 비물질적 작업을 병행하게 되었어요.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어서 욕구가 생기면 바로 그릴 수 있고, 인스타그램과 아트스푼에 즉시 저장하는 게 큰 장점입니다.
도구 선택에 따라 회화적인 느낌을 중첩해서 낼 수도 있고, 펜으로 아이디어 스케치하듯 휘갈기듯 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펜이 베이스라 이야기 내용이 더 구상적이고 메시지를 직접 드러내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저장된 데이터를 보면 작업이 이성적이고 생각을 직접 표현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일상에서 찍거나 캡처한 사진을 붓터치처럼 중첩해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해졌어요. 앞으로 프로그램과 기술의 진보가 제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Q7. 장승호 작가: 온라인 활동
🥄: 작가님께서는 온라인 플랫폼과 SNS를 통해 활발히 작업을 소개하고 계시는데, 온라인 활동은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었나요?
🧑🎨: 온라인은 저 같은 작가도 있었다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아카이빙 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고, 공유와 노출은 덤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선보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통로라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한번은 SNS를 통해 팔로우했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제 작업실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그 친구와 예술과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온라인 공간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트스푼도 SNS 피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좋은 플랫폼이라 생각합니다.

Q8. 장승호 작가: 아트스푼 공모전 그랑프리 수상 소감
🥄: 최근에 아트스푼 상금형 공모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셨는데요,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그리고 이 경험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 물론 기뻤습니다. 다만 저 같은 변방의 장수 같은 작가에게 그랑프리라는 상이 과연 어울리는지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제가 좋아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연 대중성까지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고민도 있었거든요. 최근에 여러 크고 작은 공모전에 떨어지면서 조금 의기소침해 있던 상태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 상을 ‘열심히 하라’고 주시는 격려로 믿고,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트스푼 파이팅입니다!
Q9. 전하고 싶은 메시지
🥄: 대중분들이 작가님의 작업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시나요? 그리고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 저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속 거북이처럼, 또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꿋꿋이 나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요. 주변에도 자기만의 신념, 패턴, 철학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은 삶에서 에너지와 배울 점을 준다고 느낍니다. 제 작업도 그런 신념과 의지를 품고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10. 장승호 작가에게 아트스푼이란?
🥄: 아트스푼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사용하시면서 느낀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 우선, 상을 받게 된 것과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제 작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작가에게 작품을 데이터화해 남기는 일은 작가의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대중적이고 접근하기 편리하지만, 이미지 화질이 떨어지거나 비율이 맞지 않아 잘린 상태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이미지가 쌓이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어렵고요.
아트스푼은 작품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노출시키고 활용하는 데 전문화된 다양한 툴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신기하고 편리한 점은 작품만 업로드하면 원클릭으로 연동된다는 거예요.
예전에 라이브 방송에도 한 번 참여했었는데 매우 유익했어요. 주기적이지 않아도 방송이 열리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사용하며 느낀 점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11. ‘예술’의 의미
🥄: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예술’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 저에게 예술은 정신적인 어머니이자 스승과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과 고립된 그곳에서 예술은 운명처럼 다가왔고, 저를 다시 태어나게 했으며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심연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장승호 작가님,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예술이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삶의 심연과 자유를 담아내는 깊은 여정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작가님이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와 작품 속 뜨거운 에너지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따뜻한 울림과 영감으로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아트스푼은 다양한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만남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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